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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고도 반가운 손님이다. 고현정의 존재감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배우 고현정이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았다. 그리고 후반부 취재진마저 절반 이상 떠나 더 썰렁해진 분위기를 단번에 일으켜 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으로 전 국민적 관심을 얻었다면, 고현정은 한 마디 한 마디 말할 때마다 포털사이트 왕메인을 장식했다. 초반부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던 부국제 측 입장에서는 고현정만큼 반가운 손님도 없다.

고현정은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롯데시네마에서는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이광국 감독)'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했다. 고현정은 '호랑이보다 무서둔 겨울손님'이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공식 초청된 이후 줄곧 GV 참석에 대해 논의해 왔다.

영화제가 시작되자마자 예정돼 있었던 13일 GV에는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했지만 고현정은 고심 끝 후반부 GV 참석을 확정, 관객들과 직접 만났다. 단독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도 성공하면서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고현정이 '미쓰GO' 이후 무려 5년만에 출연한 스크린 복귀작이다. 고현정은 이 날 GV에서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합류를 결정한 이유와, 오랜만에 자신이 주연을 맡은 영화를 소개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천하의 고현정에게도 두려움과 불안함은 있었다. 

고현정은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보여주셨는데 제목이 너무 재미있었다. '다 읽어볼까' 싶어 읽어봤는데 진짜 재미있더라. 막 읽혔다. 사실 감독님의 다른 시나리오는 다 읽기가 힘들었다"고 귀띔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아시다시피 내가 영화를 많이 못해 하겠다고 하는게 감독님께 더 부담이 되는 것 아닐까 걱정했다"며 "'젊은 배우가 안 해도 되면 내가 하겠다'고 했더니 감독님이 좋아해 주셨다. 그래서 출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현정은 이광국 감독과의 인연도 공개했다. "영화를 진짜 좋아하는데 영화를 많이 못 찍더라"고 운을 뗀 고현정은 "내 첫 영화를 김형구 촬영 감독님이 필름으로 찍어주셨는데 그 때 이광국 감독님이 조연출이었다."고 밝혔다.

고현정은 "어찌 됐든 사회에 다시 나오게 되면서 영화라는 매체는 나에게 늘 신선하다. 이 영화 역시 '내가 해도 되는 걸까, 내가 하는 연기를 보러 사람들이 와주실까' 하는 두려움이 있던 작품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에 이광국 감독은 "내가 선배님을 알게 된지 10년 정도 됐는데 '내 영화를 한 번 같이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것이 나에게는 말 그대로 로망이자 소원이었다"며 "지난해 시나리오를 쓰면서 '선배님이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쓰자마자 이틀 뒤에 전달 드렸다. 그리고 나서 자학했다. '왜 온전하지 못한 시나리오를 빨리 드렸을까' 싶었다"고 토로했다.

이광국 감독은 "감사한 것은 시나리오를 보여드리면서 '이렇게 썼는데 선배님이 봐주시면 좋겠고, 2월께 촬영을 하려고 하는데 제작비를 많이 못 구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함께 말씀 드렸다. '그렇게 되면 휴대전화로 찍더라도 함께 촬영하고 싶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또 "일반적으로 배우들은 '우리가 제작비가 없으면 작업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겠느냐, 서로 상황을 체크해보자'고 답하는데, 고현정 선배님은 '감독님과 재밌게 하면 되죠'라고 하시더라. 이후에도 제작비는 전혀 신경 안 쓰시고 계속 스태프들을 응원해주셨다"고 진심어린 고마움을 표했다. 

고현정은 이광국 감독은 물론, 또 다른 주연배우 이진욱도 챙기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이 주목받은 또 하나의 이유는 이진욱이 성 스캔들 사건 후 선택한 첫 복귀작이기 때문. 부국제 측은 당초 "이진욱도 GV에 참석한다"고 고지했지만, 이는 소속사와 소통이 잘못되면서 전해진 해프닝이었다.

고현정은 "너무 오고 싶어 했었다. 근데 두렵다고 하더라"며 이진욱의 현 심경을 대신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이광국 감독 역시 "이진욱에게 '많은 관객 분들이 아쉬워 한다'고 미리 말해뒀다"며 "캐스팅은 사실 일반적이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써놓고 덜컥 고현정 선배님이 먼저 캐스팅 돼 '그럼 경유는 어찌 해야하나'라며 거꾸로 캐스팅을 진행했다. 어떤 사람이 맡느냐에 따라 변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광국 감독은 "유명한 분들부터 아직 유명하지 않은 신인들까지 다 찾았다. 이진욱 씨는 '극장전'이라는 영화 조연출 때 인터뷰로 만났다. 당시 인상이 기억에 많이 남았던 것 같다"며 "선배님 사진과 붙여놨더니 균형이 잘 맞고 그림이 너무 좋더라. '해주실지 안해주실지 모르겠지만 부탁 드려보자'고 했는데 흔쾌히 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컴백이 반가운 고현정의 영화계 내 존재감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 '호랑이 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이번 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함께 살던 여자친구에게서 버림받은 남자가 대리운전을 하다가 옛 연인을 만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로맨스 영화다.



출처 : http://naver.me/GKlhlH5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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