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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씽:사라진 여자>를 봤습니다. 보기 전에 친구한테 미씽 공구 드립도 했고[?], 미생이랑 미씽은 무슨 관계인가요? 농담도 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이 영화가 이렇게 저한테 임팩트 있게 다가 올 지를.....

볼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보고 나서가 더 힘든 영화였습니다. 영화 끝나고 너무나도 가슴 아픈 마음에 쉽게 자리에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감정적인 후폭풍은 둘째 치고라도 올 해 본 한국영화 중 가장 많이 울었습니다. 물론 완성도나 만족도 역시 손꼽을 정도입니다.

12월이면 저 나름의 올해의 영화 리스트를 정리 하는데, <미씽:사라진 여자>는 아직까지 레지스트리가 남은[?] 엑셀 파일[?]에 다시 한 번 수정을 하게 만드는 군요. 도대체 어떤 면에서 이 작품이 제게 통곡[?]과 격한 만족도를 줬는지 몇 개의 키워드를 통해 이야기해 볼 까 합니다.


1. #엄지원#공효진 - 두 명의 배우, 두 배의 감정이입

두 말 하면 입 아픈 엄지원X공효진의 '더 그레이트' 연기입니다.

시놉을 보면 쉽게 말해 공효진씨엄지원씨의 딸을 납치 해 사라집니다.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할 수 없는 유괴범인데요, 엄지원씨는 몇 개월 동안 같이 생활하며 의지했지만, 정작 본명 조차 알지 못했던 공효진의 과거를 추적하게 됩니다. 이후 밝혀지는 비밀들이 꽤 거대한데 직접적인 스포일러라 영화를 보시는 분들을 위해 남겨두겠습니다.

<미씽:사라진 여자>는 정교한 스릴러지만 어디서 본 기시감이 있는 작품입니다. 끝무렵에는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갈 지 예상 할 수 있었지만[그러나 그 끝에 갈 때까지 저는 정말로 다음을 예상하지 못할 정도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더 두 여자 배우에 감정이 몰입되었던 것은 연기 때문이겠죠. 

두 배우의 너무나도 완벽한 연기로, 두 사람 모두에게 감정 이입이 되어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피곤함이 두 배로 밀려 올 정도입니다. [착한 피곤함 인정합니다] 보통의 영화가 주인공에게 모든 시선을 두고 이야기를 따라가지만, <미씽: 사라진 여자>는 기구한 사연만큼이나 캐릭터 그 자체가 된 두 사람의 모습 때문에 두 사람 모두에게 시선을 두어 두 배의 감정이입, 두 배의 가슴 아픔으로 다가옵니다.두 사람 중 어느 쪽으로 봐도 영화가 다시 보이고 여러 가지 감정으로 다가오는 수준급의 퍼포먼스입니다. 감히 예상하는데 내년 영화제에서 두 배우는 여우주연상을 받아야 합니다. 공동 수상으로. 백상예술대상에서 <끝까지 간다>로 이선균-조진웅이, 청룡영화상에서는 <라디오 스타>로 안성기 박중훈이 공동 남우주연상을 받은 전례가 있듯이 엄지원X공효진 역시 너무나도 완벽하게 영화를 구성한 두 배우의 공은 공동 여우주연상을 받아도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제게는 두 배우의 필모그래피 최고의 연기를 이 작품을 통해 만났습니다.


2. #절박함#추격 – 엄마가 끝까지 간다

또 하나 이 작품에 매료된 이유는 절박함으로 시작된 추격입니다.

형사나 검찰, 탐정 혹은 그에 비등하는 추격의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아닌 하루 아침에 아이를 잃고 모든 것이 망가진 한 여인이, 경찰보다 한 발 빠른 단서로 진상을 찾아간다는 점입니다. 엄지원씨는 보이스 피싱에 낚일 정도로 초반에는 철저하게 당하고 울음밖에는 할 줄 모르는 주인공이었습니다. 허나 딸을 반드시 찾아야 겠다는 절박함, 간절함에서 시작된 추격은 의외의 단서를 찾고 거짓을 클리어 하며 진실에 다가갑니다. 캐릭터에 집중하며 보게 되고 다음의 단서가 무척 궁금하며 궁극적으로 <미씽>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 것인지 마지막까지 흥미 있게 지켜 봤습니다.

이 과정에서 밝혀지는 공효진의 플래쉬백은 단 한 번의 흐트러짐 없이 부드럽게 씬과 씬을 이어가며, 그런 편집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고 선 굵게 추격을 계속하게 됩니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증거가 나오며, 생각 이상의 복잡한 인간관계 혹은 인과관계도 밝혀집니다.

다음 키워드에서 이야기하겠지만 <미씽:사라진 여자>는 분명 장르적인 쾌감보다는 감정과 마음에 기대는 스릴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릭을 풀고 진실을 찾고 사람을 쫓아가는 스릴러의 공식에서 흔들림 없이 재미를 유지하며 거대한 판을 만듭니다.


3.#눈물#스릴러 – 가슴이 아파서 이 스릴러는 볼 수가 없네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미씽>은 제게 올 해 가장 많이 눈물을 흘렸던 영화입니다. [저도 몰랐습니다. 이 정도일 줄은]

일단 이 작품은 아이를 잃은 엄마라는 설정에서 출발해 그 어떠한 설명도 필요 없이 주인공의 모든 행동에 공감대를 만듭니다. 때로는 '주인공은 왜저럴까?'라는 헛발짓과 과도한 감정 노출도, 아이를 잃은 부모라면 그럴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영화 내내 유지합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엄지원씨의 훌륭한 연기가 단 하나의 틈도 없이 완벽하게 몰입하게 된 첫째 이유겠죠]

더 자세히 설명해버리면 스포일러라 어쩔 수 없지만 영화 중반까지 미스터리로 가득했던 공효진씨의 [근거]가 밝혀지며, 지금의 대성통곡은 더욱더 처절하고 슬픈 이야기로 몰아칩니다. 엄지원 쪽 이야기만 해도 간절하고 절박해 마음을 흔들리게 했다면 공효진 쪽 이야기는 무거운 마음에 더욱 큰 짐을 두게 합니다. 두 사람의 사연과 여러 가지 등이 합해지면서, 요동치는 마음의 파도는 급기야 눈물의 쓰나미까지 나오기까지 합니다. 답답하고-화나고-안타깝고-슬픈 감정은 기본, 그저 이 비극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관람자의 입장에서 느껴지는 무기력함이 죄책감으로 빚어지는, 굉장히 가슴 아픈 스릴러로 다가옵니다.


한 마디로 제게 <미씽:사라진 여자>는 두 배우의 엄청난 연기를 기본으로, 정교하고 끝이 궁금한 추격의 재미, 그 속에서 밝혀지는 비밀으로 인해 가슴 아픈 스릴러로 다가 온 작품이었습니다.

보는 내내 단 한 순간의 지루함 없이 여기까지 왔고[?] 중반부부터 마지막까지는 목이 매이며, 끝까지 가게[!] 하네요. 분명 이런 에피소드와 주제의식을 여러 영화나 이야기로 본 기시감이 있지만 두 배우의 좋은 연기로 완전히 새롭게, 완전히 몰입하며 작품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떨림, 이 여운…. 간만에 재미 면으로도 훌륭한, 감정적으로는 너무나도 격했던 한국영화 한 편을 만났네요. 그것도 12월, 2016년의 끝에서 말이죠.



출처 : http://naver.me/50WBRv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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